혹시나 설마 했지만, 역시나 올해도 비둘기가 다시 우리 집 실외기 쪽에 둥지를 트고, 그냥 그 자리에서 알을 계속 품고 있는데, 생각지 못한 장면을 포착하여 관찰된 장면을 언급해 보려고 한다.
몇 년 전에도 올해도 마주한 알 품은 비둘기
여기 아파트에 20년 정도를 살면서 몇 년 전에 한번 비둘기가 실외기에 둥지 튼 모습을 보고 꽤나 신기해했었다. 완전 가까이에서 알을 품은 비둘기도 처음보고, 그 알에서 새끼 비둘기가 나타났다가 어느 날 사라져 버린 경험도 처음이었다. 그야말로 자연의 신비로움을 일부 가까이에서 지켜본 느낌이었다.
다만 그때도 날씨가 따뜻했던 계절이라 실외기 옆에 비둘기가 남기고 가버린 둥지와 배설물에서 나오는 냄새와 꼬이는 벌레들로 인해서 부모님께서 좀 골치를 앓으셨다. 둥지의 나뭇가지를 다 주워다 쓰레기봉투에 버리면서 긁어내듯 청소를 하셨는데, 쉽지 않아 보였었다.
다음에는 절대로 비둘기가 그곳에 정착하지 못하게 실외기를 좀 더 안쪽으로 밀착하여 공간을 많이 좁혀 놓았었다. 왠지 언젠가 다시 마주할지도 모를 불안감은 약간 있었지만 그런대로 몇 년 잘 보냈고, 이제 다시는 볼 일이 없을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다가 올해 얼마 전에 거실 청소를 하는데 어디선가 비둘기 울음소리 비슷하게 들리는 것 같았다. 설마 했는데, 실외기 쪽에 한 마리가 접근하려고 해서 손으로 젓거나 소리를 내서 내쫓았다. 가끔 비둘기 소리가 다시 들릴 때가 있어서 가봤더니 이제는 두 마리가 난간에 어정쩡하게 날아갈 듯 말듯하게 있어서 또 내쫓았다.
그리고 나서 얼마 후에 다시 비둘기 소리가 들려서 실외기 쪽으로 가봤더니 그 좁은 틈새로 한 마리가 엉덩이 무겁게 붙이고 앉아있었다. 낌새가 아무리 봐도 이미 엎질러진 상황 같았다. 소리를 내도 그대로 앉아있고, 손으로 저어도 전혀 미동도 없이 그대로 꿈쩍도 하질 않았다.
그냥 얼른 엉덩이에 안고 있는 알이 부화되어 다 같이 날아가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듯하였다. 아닌게 아니라 부모님도 보시고는 한차례 내쫓으려다가 그 밑에 알이 두 개 있다는 것을 보셨다고 하셨다. 그래서 엉덩이를 밀어내도 움직이지도 않고, 그냥 쌀과 물을 갖다 줬다고 하셨다.
나도 쌀과 물을 갖다 줬는데, 쌀은 정말 빨리 사라졌고, 물도 금세 다 사라져 있었다. 다만 뭐 좀 주려고 모기망을 열면 그 틈에 둥지에 있던 날파리들이 몰려들어와서 상당히 불편하기도 하고 찜찜하기도 했다. 부모님도 노약자이신데, 괜히 병균 옮기는 것 아닌가 싶어서 당분간 그냥 아무것도 안주고 모기망도 열지 않으려고 했는데, 장미철이라 먹이를 구하지 못했을까봐 아버지께서 쌀 좀 갖다주라고 하셨다.
농담 삼아서 금반지를 물고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하셔서 덕분에 빅웃음 선사해 주셨다. 반정도 자른 종이컵에 물을 담아줬더니 컵은 비둘기가 좁은 틈으로 왔다 갔다 하다가 엎질러져 있었고, 쌀은 그래도 틈틈이 먹는것 같았다.
생각지 못한 감동의 관찰 장면
거실에서 청소기를 돌리다가 실외기 쪽에 슬금슬금 가서 보면 꼭 나와 아이컨텍을 먼저 하고 있다. 굉장히 인기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것 같았다. 몇 번을 몰래 가도 먼저 내쪽을 바라본다. 다시 청소기를 돌리는데 이번에는 울음소리가 좀 다르게 더 굵직하고 울림이 있게 들렸고, 두 마리 같은 느낌이 있었는데, 날개를 퍼덕거리는 소리도 크게 들려서 달려가봤더니, 두 마리가 그 좁은 틈으로 한 마리씩 교대로 자리 교체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앉아있던 비둘기는 먹이를 구하러 가는지 날아가버렸고, 새로운 비둘기가 엉덩이를 붙이고 있었다. 이런 장면은 정말 처음 봤는데, 비둘기한테서 모성애와 부성애를 이렇게 느끼게 된 것이 조금 감동이었다. 요새 뉴스에 나오는 몇몇 사람들 보다도 오히려 책임감 있고, 작지만 굳건하고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아주 아름다운 모습이었지만 내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 다음에는 비둘기 가족이 더 좋은 자리를 구하라고 나중에 실외기의 좁은 틈새를 더 꼼꼼하게 완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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